꽉 막힌 돈줄…벤처 투자도 '개점휴업'

입력 2024-01-30 18:21   수정 2024-01-31 01:31

국내 벤처캐피털(VC)업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VC 여덟 곳 중 한 곳은 지난해 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이 전무하다.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 확보에 실패해 폐업하는 VC도 부쩍 늘었다. 자금줄 역할을 하는 VC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국내 스타트업 시장 전체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DIVA)에 따르면 국내 VC 356곳 중 45곳은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과 투자 실적이 아예 없었다. 벤처투자 시장이 경색되고 출자자(LP)들이 출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펀드 결성 기회를 잡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한 중소형 VC 소속 심사역은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VC도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자본잠식을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VC는 9곳이다. 2021년(4곳), 2022년(6곳)보다 증가했다. 벤처투자법에 따르면 ‘자본잠식률 50% 미만’이라는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투자사는 자본금 증액 등 경영 개선 요구를 받고, 기간 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VC 라이선스 박탈 등 불이익을 받는다.

‘좀비 VC’가 늘면서 VC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버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 VC 4곳의 등록이 말소됐다. 올해 들어서도 이랜드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이랜드벤처스가 VC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대기업이 세운 VC인 CVC 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사 서울반도체는 최근 CVC인 서울경영파트너스를 설립 2년 만에 해산했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법인 해산 시점까지 단 한 건도 투자하지 못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VC의 신규 투자금액은 5조3977억원으로 전년(6조7640억원)보다 20%가량 감소했다. 2021년(7조6803억원) 후 2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새롭게 결성된 펀드는 290개로 전년(380개)보다 23% 줄었다. 고금리와 기업공개(IPO) 규모 축소 등 여파로 VC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지 못한 영향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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